요붕증은 극심한 갈증과 과도한 소변 배출이 특징인 희귀 질환으로, 주로 항이뇨호르몬(ADH)의 분비 또는 작용 장애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중에서도 중추성 요붕증과 신장성 요붕증은 발생 기전과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두 유형의 병태생리와 차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요붕증 ADH와 수분대사의 관계
요붕증(Diabetes Insipidus)은 체내 수분 조절에 관여하는 항이뇨호르몬(ADH, 바소프레신)의 이상으로 인해 신체가 수분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으로, 지속적인 다뇨(하루 소변량 3리터 이상)와 극심한 갈증(다갈증)이 주요 증상입니다. 정상적으로 ADH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생성되어 뇌하수체 후엽을 통해 분비되며, 신장의 집합관(collecting duct)에 작용해 수분 재흡수를 유도하고 소변을 농축시켜 체내 수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요붕증 환자의 경우, ADH가 전혀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는 되어도 신장 세포에서의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이 과정이 차단됩니다. 이로 인해 소변이 희석되어 대량으로 배출되고, 탈수가 쉽게 발생할 수 있으며, 수분 섭취가 부족할 경우 고나트륨혈증(혈중 나트륨 농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요붕증은 ADH 자체의 분비 문제가 있는 중추성 요붕증과, ADH는 정상이나 신장에서 반응하지 않는 신성 요붕증으로 나뉘며, 이 외에도 일시적 호르몬 불균형에 따른 일과성 요붕증도 존재합니다. 질환의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며, 중추성의 경우 합성 ADH 제제인 데스모프레신 투여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고, 신성 요붕증은 원인 질환 치료 및 수분 섭취 조절이 중요합니다. 요붕증은 흔하지 않은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체액 불균형으로 인한 전신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지속적인 다뇨와 갈증 증상이 있을 경우 내분비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중추성 요붕증
중추성 요붕증(Central Diabetes Insipidus, CDI)은 체내 수분 균형을 조절하는 항이뇨호르몬(ADH, 바소프레신)의 분비가 감소하거나 완전히 중단되어 발생하는 내분비 질환입니다. ADH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생성되어 뇌하수체 후엽을 통해 혈중으로 분비되며, 신장의 집합관에서 수분 재흡수를 유도해 소변을 농축하고 체내 수분을 보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중추성 요붕증에서는 시상하부 또는 뇌하수체 후엽에 손상이 발생해 ADH 분비가 원활하지 않게 되며, 신장은 ADH에 정상적으로 반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몬 자체가 부족해 기능을 수행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신장에서 수분 재흡수가 일어나지 않아 대량의 묽은 소변이 배출되며(저삼투성 다뇨), 체내 수분 손실로 인해 혈장 삼투압이 상승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극심한 갈증(다갈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중추성 요붕증의 원인으로는 두부 외상, 뇌수술, 뇌종양, 뇌염, 감염, 자가면역성 뇌하수체염, AVP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적 요인 등이 있으며, 일부는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특발성으로 분류됩니다. 진단에서는 소변의 삼투압이 낮고, 혈장의 삼투압이 높은 상태가 특징적으로 관찰되며, 수분제한검사 후 데스모프레신(합성 ADH) 투여 시 소변이 농축되는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진단의 핵심적인 기준입니다. 또한 뇌 MRI 검사에서 뇌하수체 후엽의 고신호 결손을 통해 구조적 이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데스모프레신 치료는 체내 수분 균형을 정상화하고 탈수 및 전해질 이상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신장성 요붕증
신장성 요붕증(Nephrogenic Diabetes Insipidus, NDI)은 체내에서 항이뇨호르몬(ADH)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만, 신장 세뇨관이 ADH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해 수분 재흡수가 일어나지 않는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신체는 끊임없이 희석된 소변을 배출하게 되며, 체내 수분 손실이 지속되어 탈수와 고삼투혈증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병태생리학적으로는 ADH가 신장의 집합관까지 도달하더라도, 수용체(AVPR2)의 이상이나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의 문제로 인해 ADH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유전적 원인으로는 X-연관 방식의 AVPR2 유전자 돌연변이가 가장 흔하며, 특히 남아에게 주로 발현됩니다. 후천적 원인으로는 리튬의 장기 복용, 고칼슘혈증, 저칼륨혈증, 만성 신장 질환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세뇨관의 ADH 민감도를 저하시켜 증상을 유발합니다. 신장성 요붕증은 소변 삼투압이 낮고, 혈장 삼투압이 높은 상태를 보이며, 데스모프레신(합성 ADH) 투여에도 소변 농축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진단의 핵심입니다. 이는 중추성 요붕증과 감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진단 시 환자의 약물 복용 이력, 전해질 상태, 신장 기능 등에 대한 정밀 평가가 필요합니다. 치료는 중추성과 달리 데스모프레신의 효과가 미미하므로, 저염식, 수분 섭취 증가, 이뇨제(티아지드계), NSAIDs 사용 등을 통해 소변량을 조절하고 탈수를 방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신장성 요붕증은 특히 만성적인 전해질 이상이나 약물 요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약물 복용 환자나 신장질환자에서 예방적 관찰과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